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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 전략 (1) 책을 읽읍시다

현실주의와 한국의 60년의 위기를 중심으로:
‘통일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 전략’

서평 『20년의 위기』(The Twenty Years' Crisis)


I. 서론

원제가 암시하듯이 E.H.Carr의 『20년의 위기』는 1919부터 1939년의 20년 기간 동안 국제정세가 어떻게 낙관에서 비관으로 평화에서 재앙으로 치닫게 되었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제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쟁의 참화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전쟁의 원인을 밀실외교에서 찾게 되었고, 공개 외교를 요구하였다. 따라서 대중과 지식인의 관심분야로 떠오른 국제정치학은 자연스럽게 분쟁 없는 국제사회를 ‘이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상주의자들은 ‘이상향’을 향해 끊임없이 ‘현실’을 개조할 것을 주장했고 실제로 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연맹’의 건설이었다. 그들은 국제연맹을 통해 국가가 국내적으로 사회를 통합하고 질서를 유지하듯이 ‘국제사회’역시 그럴 수 있다고 믿었으나 1930년대 들어 국제연맹이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을 때, 그 국가들은 국제연맹의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국제여론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카는 질문 한다 ‘이상주의자들의 실책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이상주의자’의 최대의 적은 바로 이상주의 그 자체라고 하면서 ‘현실’에 기반 하지 않은 ‘이상주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심화시킬 뿐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권력’과 ‘도덕’개념이 등장하는데 이 역시 ‘이상’과 ‘현실’처럼 국제정치를 관통하는 틀이다. 카는 ‘권력’없는 ‘도덕’은 무력하며 ‘도덕’없는 ‘권력’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상주의’의 붕괴에서 보듯이 ‘현실’에 충실하다는 것은 ‘현실’에 내포된 권력적 요소를 인정해야함을 의미한다.

군사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경제 제재는 이탈리아에게도 일본에게도 무용지물이고 국제여론의 비난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적 흐름에서 본인은 국제정치학의 입문이라고도 불리는 『20년의 위기』에서 나타난 카의 날카로운 견해가 오늘날의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할 서평에서는 국제정치에서 통했던 카의 frame이 어떻게 한반도 위기(유일한 분단국가, 북핵, 북의 군사도발, 통일 문제 etc.)에 적용될 수 있는지 나아가 동북아시아 평화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데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대안적 방안을 제시하고자한다.

II. E.H.Carr의 『20년의 위기』

E.H.Carr의 저서는 “To the makers of the coming peace(미래의 평화 수립자들에게)”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한다. 이 문구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Carr는 현실주의자이지만 현실적 인지에 기반해, 의지적 평화 수립자들을 위해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그렇다면 Carr가 설명하는 ‘이상’과 ‘현실’은 무엇인가? 20년의 위기를 읽는 내내 ‘이상’과 ‘현실’이라는 인간에 내재된 사고경향의 대립과 상호 간섭을 목도할 수 있었다. Carr는 역사 이래 정치학이나 철학 등 모든 인문과학은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러한 ‘목적’아래 ‘현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은 국제정치학에도 적용된다. 원래 국제정치의 영역은 전문 외교관의 것이었지만 제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수많은 학살과 전쟁의 피해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전쟁의 원인을 밀실외교에서 찾았다. 그리하여 ‘공개 외교’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외교 영역에서의 변화는 대중과 지식인의 관심분야로 떠오른 국제정치학은 자연스럽게 분쟁 없는 국제사회를 ‘이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경향의 사람들을 ‘이상주의자’라고 분류할 수 있고, 언급했듯이 국제정치학은 바로 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이러한 ‘이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현실’을 분석하고 이론적 내용을 구축해 나갔다. 그들은 ‘이상향’을 향해 끊임없이 ‘현실’을 개조할 것을 주장했고 실제로 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연맹’의 건설이었다. 그들은 국제연맹을 통해 국가가 국내적으로 사회를 통합하고 질서를 유지하듯이 ‘국제사회’역시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올바른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판단의 논거를 제공받은 사람은 그릇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몽사상에 도취되어(개인의 합리성 가정, 합리적 주체로서의 국가 가정) ‘국제사회’에서도 국내에서와 같은 ‘국제여론’의 형성이 가능할 것이고, 더 나아가 계몽된 국가는 ‘국제도덕’의 관점에서 부도덕한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1930년대 들어 국제연맹이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켰을 때,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을 때, 그 국가들은 국제연맹의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국제여론은 그 실체가 의심될 정도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상주의자들이 생각하는 대로 일본이나 이탈리아는 국제도덕을 갖추지 않은 ‘나쁜’국가일까? 국제 여론의 힘은 너무 과대평가된 것일까? Carr는 ‘이상주의자’의 최대의 적은 바로 이상주의 그 자체라고 하면서 ‘현실’에 기반 하지 않은 ‘이상주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심화시킬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상주의’의 전제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국제사회의 구성원은 국내사회와 달리 힘의 불균형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 국내에서는 구성원들의 권력을 국가가 위임받았다면, 국제사회에서는 국가에 해당하는 권력기구가 없다는 것(국가 이상의 상위체가 없음), 국내사회의 국가에 해당할 위임받은 권력기구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지배적 권력기구가 없는 국제사회는 사실상 국가 간 분쟁을 제어할 물리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Carr가 보기에는 ‘국제도덕’이라던가 합리적이고 그릇되지 않은 존재로서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분쟁을 거부하는 자는 ‘국제도덕’에 호소하지만, 분쟁을 제어할 물리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분쟁을 원하는 자는 ‘국제도덕’을 한낱 기만으로 치부했다. 이런 불균형적 상태에서 과연 이상주의적 평화가 가능했을까? 현실은 아니었다.

여기서 Carr의 ‘권력’과 ‘도덕’개념이 등장한다. 이 역시 ‘이상’과 ‘현실’처럼 국제정치를 관통하는 틀이다. 카는 ‘권력’없는 ‘도덕’은 무력하며 ‘도덕’없는 ‘권력’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상주의’의 붕괴에서 보듯이 ‘현실’에 충실하다는 것은 ‘현실’에 내포된 권력적 요소를 인정해야함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 역사적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권력 없는 국제여론은 힘이 없었고 도덕 없는 국가들의 권력은 곧 붕괴되고 말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사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경제 제재는 이탈리아에게도 일본에게도 무용지물이고 국제여론의 비난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2차 대전의 침략국인 이탈리아나 일본도 국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전쟁의 ‘도덕적’명분을 내세웠다. Carr는 현상유지를 원하는 국가도 현상변경을 원하는 국가도 그 ‘이상’, 즉 추구하는 도덕적인 국제사회의 모습이 다를 뿐이지 ‘국제도덕’이라는 것을 상정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문제는 그 동상이몽의 폭을 좁히는 것이라는 것이다. Carr가 20년의 위기를 저술했던 시기는 세계적으로 10년간의 ‘이상주의’의 광풍과 그 반작용으로 10년간의 ‘이상주의’의 붕괴기였다. 아직 제2차 세계대전은 터지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그는 ‘이상주의’의 붕괴를 목도하며 다가올 대재앙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상주의’의 환상을 경계하고, 그에 대한 ‘해독제’의 관점에서 ‘현실주의’에 상당한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따라서 글의 전체적인 인상 역시 ‘이상’과 ‘현실’, ‘권력’과 ‘도덕’이 마치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상반된 가치로 기술되어 있다.

 국제정치학계에서 Carr는 흔히 ‘역사적 현실주의자’라고 평가된다. 국제정치학의 독자적인 ‘과학성’이 정립되기 전 ‘역사적’사색으로부터 국제정치에 대한 교훈을 이끌어왔다는 평가와 이상보다는 ‘현실’에 무게를 두었다는 평가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Carr 자신에 따르면, 카는 이상주의에 경도된 시대에 경고하기 위해 현실주의를 내세웠을 뿐 본질적인 의미에서 현실주의자는 아니었다. 그의 글을 꼼꼼히 읽노라면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사상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중용이다. 사실 이 책에서 호되게 비판했던 ‘국제사회’에 대한 꿈은 Carr 자신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Carr가 추구하는 ‘국제사회’란 당대의 ‘현실’로부터 유리된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 올곧게 발 디딘 후에야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이상이다. 즉, Carr는 초국가적 권력기구가 없으며 권력이 불균등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상호간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국제적 관습이 형성되고 국제여론과 국제도덕이 성숙해지는 이상적인 국제사회를 지향했다. 그렇다면 20년의 위기를 통해 우리가 적용시킬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계속) 통일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 전략 (1) : http://ancrebleue.egloos.com/9098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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