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군주는 주저하지 않고 다른 군주에 반대하여 한 군주를 지지하면, 대단한 존경을 받습니다. 이 정책은 중립으로 남아 있는 것보다 항상 더 낫습니다.”
승자는 자국이 곤경에 처했을 때 자기를 돕지 않았던 신뢰하기 어려운 국가를 동맹으로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자는 그 국가가 공동 운명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호의도 베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당신의 우방이 아닌 군주는 당신이 항상 중립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반면에 당신의 우방인 군주는 당신이 항상 무기를 들고 지원하기를 원합니다. 우유부단한 군주는 현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대부분 중립으로 남아 있고 싶어 하는데, 이는 빈번히 파멸의 원인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강력하게 지원한 쪽이 승리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 국가는 동맹국에게 신세를 지게 되고 둘 사이에는 우호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동맹국이 패배한 경우라도 그 동맹국은 자신의 동맹을 보호할 것이고 가급적 도우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함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외 정책 기조는 1980년대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이나 명성을 숨기고 기다린다), 2000년대 후진타오 시대의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우뚝선다.)를 거쳐 마침내 현 시진핑 시대를 맞아 주동작위(主動作爲: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를 표방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국력이 생기기 전까지 몸을 낮춘다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리고 지난 이룩한 20여 년간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바탕으로 이제는 정치 군사적 역량과 영향력을 키우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동중국해 지역에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함으로써 미국이 쥐고 있던 동아시아 패권에 대한 도전의 포문을 연 사실은 어쩌면 그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친중국 정책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우리로서는는 중국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한중일 언론들은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젊었을 적 인연과 공통적으로 불우했던 과거, 그리고 이로부터 맺어진 친분을 보도하며 한중관계에 봄바람이 불 것을 기대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중국 방문 시 칭화대에서 중국어로 연설하는 등 중국과 우호를 증진시키는 일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우리의 영토이인 이어도 상공을 포함시킨 C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새 정부 출범 이후 공들여온 친중국 정책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중국의 외교정책에 한국은 ‘상수’가 아니라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변수’ 일 뿐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방한한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한국을 계속 지원할 것이며 한국 역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설픈 줄타기를 그만하고 미국에게 베팅할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우회적 압박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립적인 외교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가 경제적 국익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경우 미국은 우리 한국을 동맹국으로써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립외교’는 우리가 외교․경제 등 여러 분야해서 경쟁하고 극복해야 할 일본에게 어부지리를 선사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담을 쌓고, 한국국민들은 일본에게 받아야할 ‘과거사에 대한 배상과 사과’ 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일면 중국이 같은 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동안 미국은 원전문제와 아베노믹스로 잠시 소원해졌던 미일관계는 역사상 최상의 밀월관계로 접어들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영국 캐머런 총리는 중국으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18개월간 영국 내 중국 투자가 지난 30년 합친 것보다도 많을뿐더러 귀국길에 오른 캐머런 총리의 주머니에는 중국에서 얻어낸 약 10조 4천억원의 거래합의서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옛 대영제국의 명성에는 못미치지만 여전히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국이다. 그러나 중국의 눈에 영국은 이제 ‘괜찮은 축구팀 몇 개를 가진 작은 나라일 뿐’이다. 이런 중국에게 우리 한국은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은 한반도를 속국이라고 인식했다. 북한은 이미 중국의 속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 없이는 자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우리 정부의 외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이도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공고한 한미동맹속의 한국은 무시할 수 없지만 미국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한국은 철저히 경시의 대상이다. 더욱이 미‧중 사이에 끼여 이도저도 못하는 한국은 더더욱 무시의 대상일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로부터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가장 큰 힘도 현재로는 ‘튼튼한 한미동맹’이고,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의 ‘불순한 저의’를 무력화시키는 힘도 ‘한미동맹’이고, 통일의 호기를 맞았을 때 주변국의 반대를 설득해 줄 힘도 한미동맹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설파한대로 우리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어설픈 ‘중립’이니 ‘균형’이니 위험한 줄타기를 하지 말고 전통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안보의 가장 큰 기반이었던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하게 다지고 나아가서는 한미일 삼각 협력 관계를 다지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본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는 그다음의 문제이고, 그런 바탕위에서만 잘 관리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끝>

■ 여명(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운영위원

















덧글
그 뒤로 얼마나 욕을 잘 먹었는지는 안봐도 뻔하죠.
당시에 뭐 글로벌 호크 살려고 했는데 미국이 거절했고 이 대통령 시절에 비싼값 주고 샀다는 얘기도 막 돌던데 솔직히 미국 정부 관료가 미친놈이라고 할 정도면 ...
정외과인데, 한미일 동맹이 먼저고, 중국과의 관계가 차순위라?
이 무슨 60~70년대 논리인지;; 중국과의 교역량이나 한번 살펴보시지요.
균형외교를 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부가 문제이지요.
윗 댓글관련, 그동안 미국정부에 얼마나 굴종적이었으면 미국 관료가 지네말 안 듣는다고
우리 대통령을 깠을까요. ㅋ 자랑스러운 일이지 부끄러울 일은 아닌 듯 하네요.
미국도 당당한 국가와 외교를 하지, 비굴한 국가는 그냥 등골 빼먹을 뿐입니다.
정치외교사를 알면 절대 그런 말 못할텐데.